결혼을 하면서 합정 부근에 신혼집을 선택한 이유는 마눌님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야 어디든 상관없이 지하철만 옆에 있으면 되지만, 마눌님은 좀 더 펀하게 사무실을 오가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의 의도보다 이곳이 훨씬 좋은 곳임을 느끼게 된건 금방이었습니다.
집 바로 뒤에 위치한 성미산이라는 휴식터가 있고, 마을축제(마을 주변 도로를 막고, 영화상영과 아나바다 등의 행사를 한다.)도 있고, ‘성미산 마을극장‘이라는 공연장도 있고, 공동육아와 대안학교 등이 위치해있어 마을주민들의 생각도 상당히 진보적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작은 나무‘와 유기능 반찬가게, 두레생활협동조합 등 일반적인 동네에서 보기 힘든 가게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홍대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마을버스를 타면 금방 홍대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변북로나 서부간선도로 등 외곽으로 이동하기에도 수월한 지역적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초코소녀 커피총각
홍대와 합정 부근의 가게세가 올라서인지 요즘들어 우리 집 주위로 예쁜 카페와 술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동네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맛있고 예쁜 가게들을 찾아갈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그 중 어제 날 감동시킨 커피점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성남 본가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마눌님께서 상당히 괜찮다며 추천을 했습니다. 동네에 있는 커피전문점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가보니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손님도 없고 왠지 속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커피를 마시고 나서 제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커피전문점은 소녀·총각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분이 사귀는지 결혼을 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왠지 어울리는 포스랄까요.
바로 위에 있는 분들이 운영자이신 소녀·총각입니다. 미남미녀시더군요. 소녀분의 목소리는 아기지만… ㅋㅋㅋ (직접 가서 대화해보세요~)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미투데이를 하지 않아 올릴 곳이 없어서 포스팅이나 오랜만에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었지요. 그래서 사진이 좀 별로에요. 다음에는 카메라를 들고 가서 예술사진을 좀 찍어야겠습니다. ^^
벽에는 그림과 폴라로이드 사진 등이 예쁘게 배치되었고, 왠지 따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혼자 앉아 일을 하면서 벽을 쳐다보면 왠지 일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편안하고 적절히 꾸며놨다는 것이지요. 책꽂이에는 잡지책과 만화책, 특히 커피에 관한 책들이 눈에 띄더군요.
좌석은 많지 않았고, 낮시간에 사람들이 몰리면 자리에 앉는건 포기해야할 듯 보였습니다. 마눌님의 말로도 낮에는 근처 회사사람들이 줄을 서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간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맛이 좋다는 얘기겠죠?
그리고, 커피전문점인데도 바(bar)처럼 혼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자리가 몇 개 있습니다. 여기 앉아서 먹으면 초코소녀와 커피총각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두분다 바쁘지 않으시면 가능하겠죠.
안쪽에 보면 눈에 띄는 기계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보는 예쁘면서도 아기자기한 기계인데, 아마도 커피를 볶는 기계인 듯 했습니다. 사실 이런 기계는 처음 봤습니다. 작동은 하는거겠죠?
계산대 옆에는 이렇게 쿠폰함이 있습니다. 우리집 앞에 위치한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파는 ‘작은 나무’도 이런 쿠폰함이 있는데, 작은 나무는 돈을 적립하고 그걸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놀러가는 민재와 장모님을 위해 돈을 3~5만원 정도 늘 적립해 놓습니다. 그럼 가서 그냥 이름만 대고 먹고 나올 수 있으니 상당히 편합니다.
이 커피전문점은 그런 형태는 아닌듯 하고, 도장받는 쿠폰일 듯 합니다.(도대체 아는게 없네. ^^ 처음 간곳이니 이해해주세요). 마눌님도 같이 일하는 형, 누나들과 가끔 오는데 쿠폰명을 말하며 체크를 하더군요.
입구쪽에 빵과 쿠키가 있어서 뭔가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직접 구운 빵과 쿠키를 팔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맛도 좋아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배가 불러서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가게 되면 꼭 먹어봐야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커피가격은 짤렸지만, 상당히 가격은 저렴합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비교해서 아주 싼 가격이었습니다. 싼 만큼 맛이 없는 걸까요? 아니었습니다. 제가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맛은 비교할 수 있는데, 기존 메이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 훨씬 더 맛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주로 사무실 앞에 있는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있으니 스타벅스와 비교를 해볼 수 밖에 없을 듯 한데요. 주로 스타벅스에서는 바닐라 라떼를 먹는 편인데, 이곳이 스타벅스보다 훨씬 달콤하고 깊은 맛을 느끼게 합니다. 스타벅스 특유의 우유맛도 덜 느껴지구요. 커피맛을 잘 모르는 성민장군이니 여기에 딴지를 걸지 마시구요. 그냥 제 입맛입니다. ^^
커피맛도 모르는 제가 커피전문점을 다녀온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너무 맛있고 예뻐서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서입니다. 합정으로 놀러올 일이 있거나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때 한번쯤 찾아와볼 만한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정역 2번 출구를 나와서 뒤를 돌아보면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에 그 유명한 ‘마포만두’가 있고, 그 길로 5분 정도 계속 직진을 하시다면 횡단보도가 나옵니다. 횡단보도 건너편 좌측에 국수집이 하나 있어요. 그 국수집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그 국수집 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로 우회전 하시고, 10m 정도 가면 바로 초코소녀 커피총각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커피 맛있게 드세요~
덧붙이는 글
벌써 3달째 포스팅이 없습니다. 글은 거의 다 써놨는데, 마무리가 안되네요.
게다가 요즘은 슬럼프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한게 전혀 의욕이 없습니다. 뭘하고 살아야할지 뭘 원하는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밝혔듯 열심히 하던 미투데이도 이젠 안하고…
그래도 오늘은 좀 다릅니다. 지난 금요일 마눌님과 밤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아무것도 생각하고 걱정하고 포기하지말고, 정말로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 말로 인해 이제 슬럼프 아니 생각의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더 마음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언제나 날 믿고, 내가 의지해도 될 만큼 강한 혜진씨 사랑합니다.
[2011.08.01.] 추가글
지난 토요일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언제나처럼 우리 가족은 토요일 오후를 즐기러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하지만, 초코소녀와 커피총각은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이제 가게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ㅜㅜ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선물로 컵과 책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즐겁지가 않겠죠. 너무 기분이……….. ㅜㅜ
8월부터는 다른 분이 인수를 해서 그 분이 하신다고 합니다.
커피맛이 달라지겠죠. 맛이 좋아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제 안가려고 합니다.
추억이 바뀌는걸 원치 않습니다.